밤하늘이 아름다운 이유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된 한국 천주교회, 한국 순교 복자 성인 가운데 성직자보다는 평신도들의 수가 훨씬 많은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들이 있어 교회가 성장하고, 성숙해 왔음을 고백하며, 평신도 주일을 맞아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성직자와 수도자를 제외한 신분을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해서 평신도는 마치 성소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평신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소’입니다. 평신도의 지위 역시 수도생활이나 사제직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은 성직자나 수도자와 달리 세속을 고유한 삶의 자리로 삼고 세속 일에 종사하면서 현세 질서의 개선을 통해 하느님 나라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라는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면서 공의회는 평신도의 이런 고유한 특성을 ‘세속성’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평신도들은 세상을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여 적극적인 태도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입니다. 빛과 소금이 되어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를 보여주면서 살아가라고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은 부패방지의 효과가 있습니다. 평신도들을 통해 세상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빛은 다른 사물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수님처럼 일으켜 주고, 보살펴주고, 살려주는 평신도의 삶을 통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들여 다 보며 성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죽은 물고기는 물결을 따라 둥둥 떠내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물고기의 본능입니다. 살아있는 그리스도인은 세속, 욕망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리내 성지의 밤하늘은 참 아름답습니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들이 자기 자리에서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평신도들은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하기에 많은 유혹이 따릅니다. 그러나 각자 자기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라는 빛을 내며 살아가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많을 때, 이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십자가상의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품고, 세상과 타협하며 변질 되어 가는 삶이 아닌, 변화해 가는 삶을 살아갑시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 5).
글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미리내 성지 주임)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