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지혜서 7,22ㄴ―8,1
루카 17,20-25
< 죄인들이 대대적으로 주님께로 돌아서는 곳,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되는 곳입니다! >
예수님께서 당신 사명 완수를 위한 최종 목적지인 예루살렘, 더 나아가서 골고타 언덕을 향해 올라가시는 중에, 바리사이들과 제자들을 향해 ‘짧는 묵시록’을 선포하십니다.
아직도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 긴가민가 확실치 않았던 바리사이들, 언제나 예수님 정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지니고 있었던 바리사이들이 묻습니다.
‘대체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오는 것입니까?’
이에 예수님께서는 의외의 말씀을 하십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복음 17장 21절)
‘하느님 나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 가장 큰 삶의 주제요 화두였습니다.
주변 강대국들로 인한 침략과 파괴, 훼손과 멸망으로 인해, 큰 고통과 깊은 슬픔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젠가 도래할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겨우 겨우 숨쉬고 견뎌왔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구체화되고 실현될 것인가?’ 하는 물음은 이스라엘 모든 계층 사람들의 간절한 물음이었으며, 동시에 예수님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르침의 주제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장이 아니라, 5년 뒤, 아니면 10년 뒤, 그도 아니라면 30년 뒤...
과연 살아생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뜻밖에도 이미 와있다고 하시니,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공생활 출발점은 이미 하느님 나라 출현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으로 악령들을 쫓아내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도래했기에, 그간 활개를 치던 악령들이 힘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 존재 자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고 지녔던 희망의 성취였습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오래전 약속된 구원의 때가 도래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지닌 사람들은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그분께서 당신 교회에 보내신 성령의 활동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미 목격했던 것입니다.
다만 하느님의 나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으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으로 인해 구약 시대는 종료되었습니다.
그분을 통해 새로운 시대, 구원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하지만 만물의 최종적인 회복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 교회는 긴장과 설렘 상태에서 살아갑니다.
성취와 기대 사이에서, 소유와 희망 사이에서, 기쁨과 두려움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희망 속에서 기뻐합니다.’
“희망 속에서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로마서 12장 12~15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경천동지할 뜻밖의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알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한 가운데 와 있으니, 이제 우리들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해야 하고 실현해야 합니다.
큰 죄인들이 대대적으로 주님께로 돌아서는 곳,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되는 곳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사심없는 나눔과 봉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끝도 없는 고통과 십자가 속에서도 기뻐라고 감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나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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