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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7일 _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7 조회수 : 387

어둠의 순간, 주님을 만나다.


사람은 누구나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가길 원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고통이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씩 사라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몇몇 사람들이 성전을 두고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눈에 보이는 성전은 파괴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던 것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절망하게 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죽음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지 않음을, 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가 바로 당신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죽음의 순간, 절망의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고만 알고 있던 우리에게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끝이 곧 시작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이 순간이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때라고 하십니다. 당신을 만나는 순간이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절망적인 박해 상황이지만 그때 주님을 더 깊게 만났습니다. 그분의 존재를, 끝이 없으신 그분의 사랑을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박해 시기에도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 줍니다. 이분들은 하느님께서 자녀들에게 베풀어주시는 사랑이 자신이 베푸는 사랑보다 더 크고 탁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신앙의 선조들에게 있어 죽음이란 하느님께 벌을 받으러 가는 관문이 아니라, 사랑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상을 받으러 가는 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여기서 ‘얻다.’는 운동경기에서 승리하여 상을 받는 것을 뜻하는 낱말입니다. 죽음을 통해 상을 받으러 가는 것이기에, 그들은 박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 나라 실현을 위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나눔의 삶을 살았습니다.


죽음의 순간, 절망의 순간, 어둠의 순간, 그 순간 주님은 기다리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진정 바라보고, 부르고, 찾아오기를 말입니다. 그럼 당신을 알려주시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변화시켜 주십니다. 따뜻한 온(溫)’ 자는 ‘죄수(囚)에게 그릇(皿)에 음식을 담아서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둠의 순간 우리가 온유하신 주님을 만나면, 그때 우리는 온유(溫柔)한 마음으로 이웃을 품어주는 보살핌의 삶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기쁨과 평화 넘치는 하느님 계신 곳 언제나 마음속에 그리며 살리라. (가톨릭성가 68번)


글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미리내 성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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