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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9 조회수 : 344

성지 밖을 잘 나가지 않습니다. 성지가 좋기도 하지만, 이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나갈 때는 편찮으신 부모님과 함께 미사를 하기 위해 주말에 인천으로 가는 것뿐입니다.

사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사러 서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문구류를 구매하기 위해 문구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거의 모든 물건을 모두 인터넷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것들을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를 유혹하는 많은 인터넷의 쇼핑 사이트들을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자매님들이 텔레비전 홈쇼핑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커다란 손해를 볼 것 같고, 내게 너무나 필요한 물건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쇼핑을 충동적으로 했는지 모릅니다.

요즘에는 유혹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일까요? 자신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내가 이 물건을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 것인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나오면 곧바로 고민을 접어 버립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충동적으로 질러 버리는 못된 결단력에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세관장이면서 또 부자였던 자캐오는 예수님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도록 자리를 내주는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키가 작아서 자신의 힘만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때 그의 선택은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더 큰 어른이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간다는 사실, 부끄럽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예수님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의 부끄러움을 넘어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는 부끄러운 십자가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기꺼이 이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십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우리는 아닐까요? 주님을 만나고 주님과 함께 하는 길에는 부끄러움을 이겨낼 간절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때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 큰 결단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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