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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19 조회수 : 285

어느 형제님을 만났는데, 마침 식사 때가 되어서 가까운 백반집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에 식사가 나왔는데, 이 형제님께서는 식사하면서 밥에서 콩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것입니다. 제가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고 느꼈는지, “제 어머니께서 콩을 싫어하셨거든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콩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저도 싫더군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제게 식성이 참 좋다고 합니다. 도대체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신부님 어머니께서 음식을 골고루 해 주셨나 봐요. 그러니 편식을 전혀 하지 않으시죠.”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 반대입니다. 제 어머니께서 드시지 않는 음식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그래서 편식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마약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형제가 있었습니다. 이 형제는 마약에 찌들어 있는 아버지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은 훌륭한 법조인이 되었고, 작은아들은 아버지처럼 마약중독자가 되었습니다. 작은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자신도 마약중독자가 되었다면서 아버지를 탓합니다. 반면 큰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달아서 마약을 하지 않을 수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결과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 탓, 환경 탓은 스스로 못났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누구는 어려울 때 더 많이 성장하는 반면, 누구는 그 순간에 좌절하면서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사라, 레베카와 같은 많은 거룩한 여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음을 생각해보십시오. 이스라엘이 사랑한 라헬도 아이를 낳지 못했고,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도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엘리사벳 역시 아이를 못 낳는 여자였습니다.

이 모든 예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거룩한 인물을 낳았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손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충만한 곳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하느님께서는 개입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커다란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이 하느님의 손길을 봐야 하지만, 우리는 즈카르야처럼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또 나이 많은 엘리사벳이 부끄러워 다섯 달 동안 숨어지낸 것처럼 자신의 처지를 늘 부끄러워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의심과 부끄러움이 아닌 주님과 함께 하는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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