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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21 조회수 : 292

아침 식사 전에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키우는 개들에게 밥을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제관 문을 열고 나가서 개장으로 가다 보면 개 세 마리가 모두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면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이게 되면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합니다. 이 모습에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습니다. 개장에 들어가면 이 개들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신나게 흔들면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제 품에 안기기도 합니다. 

세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지만, 이 중에 두 마리는 다른 사람이 키우던 개를 받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이 개들이 처음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또 밥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가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했는지 저를 기다리고 저를 반겨줍니다. 

만약 제가 밥을 주러 들어가는데도 나오지도 않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이 개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향한 강렬한(?) 사랑으로 인해 저 역시 강렬한 사랑으로 키우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성모님의 인사말을 듣자 엘리사벳의 태 안에서 세례자 요한이 즐거워 뛰놉니다. 아직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지만, 태중의 아기인 세례자 요한은 영으로 주님을 알아본 것입니다. 그의 사명은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성령으로 인해 주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성령의 활동은 겸손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주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직접 방문하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겸손의 모습입니까? 그런데 여기에 엘리사벳 성녀 역시 큰 겸손으로 응답합니다. 즉, 자신이 손윗사람이라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말씀하시면 겸손한 모습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도 겸손의 덕을 간직하고서 주님을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성탄절이 가까이 왔다면서 어떻게 놀까를 궁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큰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때 이 땅에 오신 주님 역시 큰 기쁨으로 함께 해주실 것입니다. 그 어떤 때보다도 더 큰 의미 있는 성탄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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