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정은 작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오늘은 우리 집이 넓은 옆집, 잘사는 옆집, 행복하게 사는 옆집이 아니라,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이 이루신 성가정을 본받고자 하는 날입니다.
이 가정은 어떤 가정이었을까요? 고통과 시련이 가득했던 가정, 문제가 많이 있던 가정입니다. 서로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까지 고통스러웠던 가정입니다.
요셉은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큰 어려움을 맞습니다. 요셉이 결혼하기 전 마리아가 임신을 합니다.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를 사랑하기에, 그리고 마리아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기에, 요셉은 하느님의 말씀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사랑과 존경 속에서 이스라엘의 가장 작은 시골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예수님이 태어났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의 기술자, 즉 시골 목수 청년으로 성장하
셨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잘 사는 가정이 아니었기에, 하루 종일 그 일에 전념하여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청년 예수님은 이런 가정 안에서 절약하면서 사셔야 했을 것이고, 편안함보다는 불편한 삶을 사셔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기쁨을 누리며 사셨을 것입니다.
교회는 바로 이런 가정을 본받으라고 이 축일을 지냅니다.
이 가정에는 하느님이 살아있기에, ‘작은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셉도, 마리아도, 예수님도 고통의 순간에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그 중심에 모신 가정은 서로서로 위해 주고,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며 살아갑니다.
천주교 가정에는 집안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거실이나 방 한가운데 십자고상이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바라보기 위해서 높이 걸어 놓고, 가정에 고통이 있을 때 주님을 가운데 모시고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거실이나 방 가운데 걸어 놓습니다. 그 십자고상을 내려, 온 가족이 예수님을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닦으면서, 새롭게 우리 가정에 그리스도를 살아있게 만듭시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민수 21,9).
가족끼리 다툼이 있을 때 구리 뱀, 곧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합시다. 그러면 우리 가정에 사랑이, 기쁨이, 평화가 살아나 ‘작은 하느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미리내 성지 전담 겸 미리내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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