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인간의 눈으로 볼때 가장 보잘 것 없는 대상이 하느님께는 가장 소중합니다!>
마태오 복음 4장~18장 사이에는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갈릴래아 지방을 가리켜 이민족들의 지방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더군요.
갈릴래아 지방은 기원전 722년에 앗시리아인들이 침입해서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착민들은 어쩔수 없이 이주인들로부터 다양한 영향을 받게 되었겠지요.
종교, 문화, 전통, 혈통 등 제반 측면에서 유다 고유의 순수성이 훼손되었습니다.
성도(聖都) 예루살렘과 멀리 떨어진 지역, 갈릴래아 호수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어부들과 농부들이 살아가는 이교도 지역이 갈릴래아였습니다.
자연스레 히브리인들에게 갈릴래아 지방은 눈엣가시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곳, 갈릴래아를 최초의 활동무대로 선정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신앙의 본산인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이라든지, 아니면 세례자 요한의 주무대 유다 지방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 가장 변방이었던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가장 껄끄럽고 부끄러워했던 지역 갈릴래아를 선택하시면서
높이 들어올리셨습니다.
대신 위풍당당·자신만만했던 도시 예루살렘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습니다.
자칭 큰 사람, 잘 나가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가장 작고 비천한 장소나 사람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자주 상반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시선으로 대단해보이는 것들이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반면에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떄 아주 작아보이는 것이 하느님께는 엄청나게 위대할 수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곘습니다.
예수님께 역시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선택하시어 당신 인류구원사업의 첫째가는
협조자로 삼으셨습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니, 오늘 우리가 꼴찌라 할지라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살아간다 할지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 앞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모르니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메시지는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메시지와 그 내용이 동일합니다.
하늘 나라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설교의 핵심 주제입니다.
‘하늘 나라’라는 표현은 마태오 복음사가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표현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하느님’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기를 꺼리는 유다인들을 주 대상층으로 삼고 있기에, ‘하느님’ 대신 ‘하늘’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하느님 친히 다스리시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하늘 나라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회개입니다.
회개란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일,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일,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분이 건네시는 새로운 사랑의 계명을 준수하는 일입니다.
율법의 준수와는 거리가 먼 지역, 유다인들이 가장 혐오하던 지역, 가장 홀대받고 버림받은 지역 이방인들의 갈릴래아를 가장 먼저 선택하신 예수님께 깊이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똑같은 악습을 되풀이하는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들을 선택하시니,
깊이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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