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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13 조회수 : 284

전라북도 고창 출신 석전 황욱 선생(1898~1993)은 붓을 손바닥으로 잡고 붓의 맨 윗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쓰는 악필법의 창안자입니다. 왜 이런 방법으로 글을 썼을까 싶었습니다. 한 번 그렇게 펜을 잡고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도저히 잘 쓸 수가 없습니다. 원래 잘 쓰는 글씨가 아니지만, 더욱더 봐주기 힘들 정도의 글씨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사연을 찾아보니, 선생님께서 환갑이 넘어 수전증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손이 떨리니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지요.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포기하지 않고 수전증에도 상관없는 악필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할 수 없는 이유가 우리에게 매번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극복할 때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극복하는 모습을 본 누군가도 힘을 얻어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 한 번 더 힘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극복하게 되었을 때, 이제까지 체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런데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이루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어 제자들을 부르시지요.

제가 있는 성지에서도 사람을 채용할 때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채용하겠습니까? 기왕이면 많이 공부한 사람을, 기왕이면 능력이 많은 사람을, 기왕이면 사람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기왕이면 성실한 사람을 뽑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오늘 복음을 봐도 이름난 학자를 제자가 아닌, 배운 것 없고 능력이라고는 고기 잡는 것밖에 없는 어부를 제자로 뽑으십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신 것이었습니다. 불가능한 겉모습이지만, 이들을 통해서 주님의 기쁨을 소식을 세상 끝까지 전파되었다는 것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다시금 용기를 얻어 주님을 따를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의 이런 뜻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틀을 만들어서 주님을 따를 수 없다고,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부족한 나약하고 우리이지만, 딱 한 가지만 명심하면 충분히 따를 수가 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곧바로’ 예수님을 따르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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