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평화방송 라디오를 하지 않습니다. 올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방송할 수가 없었고, 동시에 신학교에서의 강의도 올해부터는 할 수 없다고 알려야 했습니다.
제게 있어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을 정리하고 나니 정말로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 둘을 정리해야 여유 있게 새로운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렇게 결정했지요.
이렇게 방송과 신학교 강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알린 다음,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을 위한 장비들이 책상 위에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신학교 강의 때에 사용하는 물건과 강의를 위한 참고도서들도 제 방 곳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커다란 상자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단지 몇 개 정리했을 뿐인데도 책상 위가 한산하고, 책꽂이에도 빈자리가 보입니다. 솔직히 ‘이것들을 정리한다고 티가 날까?’라는 생각으로 잘 정리하지 않고 살았는데, 충분히 티가 날 수 있음을 이번에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정리하지 않고 살았던 저의 게으름을 꾸짖습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뽑으십니다. 솔직히 우리가 사람을 뽑을 때는 어떻게 뽑습니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뽑지 않습니까? 능력을 보고, 학문을 보고, 또 성품을 보면서 뽑을 것입니다. 그밖에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서 점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왜 제자를 뽑으셨을까요? 당신의 일을 하는 데 힘에 부쳐서 그랬을까요? 예수님의 능력이 부족하셔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들을 뽑는다고 해서 특별히 티가 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께 짐이 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해 줍니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주님 자신을 위해서 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제자들 각 개인을 위해서 그리고 구원받아야 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제자들을 뽑으신 것이었습니다. 제자를 뽑으시는 모습 자체로도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랑으로 지금을 사는 우리를 뽑으십니다. 그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십니까?
누구는 ‘나 하나 따른다고 티가 날까?’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 자신을 위해서도 또 내 이웃을 위해서도 티가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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