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하지 말라”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옛 가르침에 대해서 새로운 가르침을 주시는 성경의 한 대목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설명하십니다.
하나는 실제로 눈에 보이게 해를 끼치는 경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실제로 살인을 하듯이 물리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게 해를 끼치는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혀로, 즉 말로써 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처럼 화를 내면서 바보나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렇게 말로써 상처를 주는 경우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을 그 사람의 심장에 꽂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말로써 해를 끼칠 때도, 그 죗값이 작지 않음을 경고하십니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의 씨앗을 뿌려가며 살아갑니다. 어떤 말들은 나에게도 그 말을 듣는 상대방에게도 유익하고 기쁘고 행복을 주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도 독이 되고 남들에게도 고통과 상처를 남기게 되는 말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가 발설한 모든 말의 씨앗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자라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미움과 증오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살인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난 살인이라는 열매는 미움과 증오의 뿌리에서 자란 것이고, 미움과 증오는 ‘비난과 험담’, ‘멸시와 모함’이라는 말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로써 남들을 비방하는 것도,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집회서에 나오는 “매에 맞으면 자국이 남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28,17)라는 말은 우리가 말을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가를 지적하신 말씀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말을 할 것입니다. 자녀에게, 부부간에, 형제자매에게, 그 많은 말의 뿌리가 무엇인가를 잠시 식별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우리가 하는 말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모든 말이 애덕에서 비롯된다면 우리의 행동도 생각도 변하게 될 것이고, 우리 자신도 애덕에 진보하게 될 것입니다.
윤동출 프란치스코 신부(성루카호스피스병원 원장)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