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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23 조회수 : 282

만약 택배가 끈으로 꼼꼼하게 포장되어 오면 보통 가위나 칼을 찾아서 끈을 자릅니다. 그런데 어느 책을 보니 ‘끈은 자르는 것이 아니라 푸는 것’이라고 적혀 있는 것입니다. 사실 포장끈의 매듭을 풀 때면 잠깐이지만 끙끙대며 구시렁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위나 칼로 자르면 편할걸’이라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 끈을 그냥 자르면 쓰레기가 될 뿐이지만, 풀면 나중에 다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런 정성을 보일수록 받은 물건이 더욱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인간관계도 이렇다고 생각해봅니다. 관계는 내가 편하다고 그냥 잘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푸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풀어갈수록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나중에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관계를 잘라버려서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복잡하고 꼬여있는 관계에서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쉽게 하며 관계를 잘라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회복의 기미가 전혀 없도록 만들어버립니다. 

당시의 율법에서는 네 이웃은 사랑해야 하지만,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관계의 끈을 가위나 칼로 싹둑 잘라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것이 새 계명입니다. 아무리 잘못을 한다고 해도 사람을 사랑하시는 분이시기에 그 사람에게 사랑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래서 악인이나 선인이나 상관없이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비를 내려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사랑으로 대하는 사랑의 길을 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굳게 믿고 따른다고 말하는 우리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사랑도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이 사랑을 따라야 완전하신 하느님처럼 우리 역시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실천은 내가 미워하는 원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간관계의 끈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편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더라도 조심히 풀어나갈 때 소중하고 기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끈은 자르는 것이 아니라 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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