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연인이 되는 시간”
이탈리아 아시시에 위치한 글라라 성당에서는 매일 아침 6시 45분, 저녁 5시 45분에 글라라회 수녀님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할 수 있습니다. 기도시간이 되면 제대 오른편 봉쇄구역 자동문이 열리고 창살 너머로 수녀님들의 노래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곳에서 수녀님들과 기도하다 보면 마치 내가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느님 말씀을 노래로 읊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온하고 충만합니다. 제대 오른편에 가로놓인 창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이아몬드 무늬가 연속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탈리아 말로 다이아몬드는 ‘디아만떼(diamante)’라고 하는데, 이는 ‘하느님의 연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하느님의 연인’이란 문양이 창살에 수놓아져 있는 것입니다. 마치 그 안쪽에 있는 수녀님들과 성무일도에 참여하는 이들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하느님의 연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순시기는 단식과 기도 그리고 자선의 실천으로 회개하는 시기입니다. 올해 이 시기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즉 “하느님의 연인”이 되는 날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연인이 되기 위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음미하고 노래하며 실행하는 것만큼 탁월한 방법이 있을까요? 마치 성무일도를 노래하는 수녀님들, 무엇보다도 성모 마리아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실 때, 한결같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라는 말씀으로 사탄을 몰아내십니다. 그 말씀 중, 우리의 가슴을 뚫고 가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이는 빵을 먹지 말고 굶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육신을 채우는 양식에 집착하기보다 영혼을 채우는 양식을 먼저 찾으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제자들에게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습니다.”(요한 4,32)라고 하시며, 그 양식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라 설명해 주셨습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분열과 분파, 시기와 폭력,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과 혼란 또한 서로가 자기 배를 채우려는 양식에 집착함으로써 발생합니다. 육적인 “빵”에 대한 집착 문제는 “빵”을 차지할 위치나 자리에 대한 욕심, 남는 빵을 나누지 않는 이기심으로 확장되어 세상을 어둡게 만듭니다. 생명의 빵,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 자체로 충만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사순시기에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시편1,2)으로 거듭난다면, 우리의 하는 일 모두가 잘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시편 119,105)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펼치고 말씀에 잠겨봅시다. 그 순간 사랑하는 연인이신 그리스도의 얼굴이 드러나고 우리는 “하느님의 연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김대우 모세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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