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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03 조회수 : 297

인간은 기본적으로 판단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운전할 때면 더욱더 수긍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앞의 차가 천천히 가면 앞차를 향해 ‘바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빠르게 자기 차를 추월하면 그 차를 향해 ‘미친 X’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천천히 가거나 또 빠르게 간다는 것이 그렇게 극단적인 말을 들어야 할 일일까요?

어느 성당으로 강의를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기에 내비게이션이 가르쳐 주는 대로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제가 나가야 하는 고속도로 출구까지는 꽤 거리가 남아 있는데, 맨 오른쪽 차선으로 길게 차가 서 있는 것입니다. ‘내가 나가는 곳으로 가는 차들은 아니겠지? 이렇게 몇 Km나 차가 밀릴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으로 쭉 앞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이렇게 늘어선 차들 모두가 제가 나가는 출구로 나가려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서 출구로 나가려는 차들 앞으로 끼어든다는 것이 염치없고 미안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음 출구로 나가면 강의 시간에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염치 불고하고 끼어들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 뒤의 차는 경적을 울리며 난리였고, 어떤 차는 정말로 부딪히려는 듯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함부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상황이 이들에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내 처지에서 바라보는 판단은 상대방을 전혀 배려할 수 없게 됩니다. 사랑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을 내세우는 삶이 아닌, 하느님의 판단을 내세우는 삶이 더욱더 올바른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기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이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모두 7가지의 청원이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나라가 오게 하시며,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앞의 세 가지 청원은 영원한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일용할 양식과 죄의 용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원받기를 바라는 뒤의 네 가지 청원은 현세의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 하느님 뜻이 먼저이고 이 세상의 것은 나중이라는 것을 묵상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뒤에 나오는 이 세상의 것도 결국 하느님의 뜻과 연결되어 있기에 모든 청원은 하느님께 맞출 수 있는 믿음을 달라는 것이 됩니다.

이 기도를 진정한 마음으로 바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하느님 판단을 가장 앞에 내세워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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