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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05 조회수 : 322

3월 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기도의 모델, 에스테르 왕비
 
에스테르 왕비가 곤경 중에 바쳤던 기도는 참 기도가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의 주님, 저희의 하느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없는데, 이 몸은 위험에 닥쳐 있습니다.”(에스테르기 4장 17절) 
 
에스테르 왕비의 기도 안에는 다른 무엇에 앞서 주님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가 담겨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녀가 올리는 기도의 분위기를 보십시오.
정말이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극히 겸손한 태도가 돋보입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고 기꺼이 들어주실 참 기도의 전형이고 모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주님을 향한 신뢰로 가득 찬 기도, 겸손하고 간절한 기도는 풍성한 영적 결실을 맺게 합니다.  
 
그런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에게 참된 기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주님을 향한 절박한 외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기도자는 기도의 실체를 깨닫게 됩니다.  
 
참된 기도는 자신이 바치는 기도에 대한 주님 측의 즉각적인 응답 유무와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참 기도는 한 인간과 주님 사이에 이루어지는 솔직한 대화라는 것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꿉니다.
오늘 내가 감내하기 힘든 이 참혹한 현실이 내가 바치는 기도를 통해 순식간에 변화되기를 말입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무지막지한 고통이 단 3초 만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적을 꿈꿉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기도는 아직 갈 길이 먼 기도입니다.  
 
참된 기도는 동전을 넣는 즉시 원하는 물건이 ‘투둥’하고 내 눈앞에 떨어지는 자동판매기가 절대 아닙니다.  
 
참된 기도는 유년기 시절 자주 머릿속에 그렸던 요술방망이처럼 바닥에 한번 내리치면 꿈에 그리던 우리의 소원이 순식간에 성취되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참된 기도는 주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긴 여정입니다.  
 
참된 기도는 마음 내킬 때 오랜만에 한번 길게 바치고 나서 한 달 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할 때나 병들 때나 상관없이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소통이요 대화입니다.
주님과 인간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이요 바라봄, 경청이요 하소연입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그 옛날 에스테르 왕비가 보여준 모범입니다.
심심하니 소일꺼리 삼아 적당히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바치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삶 전체를 바쳐 지극정성으로 바치는 기도가 중요합니다.
마치 주님께서 지금 내 눈앞에라도 현존하시는 것처럼 생생하고 솔직하게 바치는 기도가 참된 기도입니다. 
 
지금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참된 기도입니다.
지금 너무 고통스러우면 너무 괴롭다고 주님 앞에 외치는 것이 참된 기도입니다.  
 
모두가 떠나가고 나 홀로 남았을 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너무 외롭다고, 결국 주님 당신 밖에 없다고, 그러니 끝까지 나와 함께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 참된 기도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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