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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8일 _ 남승용 십자가요한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08 조회수 : 313

“하느님의 영광”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작년 성소 주일에 ‘하느님의 약속을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라는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주님을 위하여 자기 삶을 바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닫지 마십시오!”(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6차 성소 주일 담화 중) 특히 이 담화문에서 교황님께서는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닫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은 선택을 통하여 드러나며, 하느님 나라의 참증인으로서  주님의 부르심을 잘 알아듣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시고, 부활하실 수 있으셨던 것도 모두 주님의 부르심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듣고 실행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편안하게 자리 잡은 터전에 머무르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컸을지라도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직접 보여 주실 ‘땅’을 선택합니다. ‘주님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바치는 위험을 감수한’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는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브라함에게 수많은 후손을 약속하십니다(창세 15,5).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받아들이시면서, 제자들에게 첫 번째로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마태 16,21-23). 이후  거룩한 산에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례 때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가 오늘도 울려 퍼집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3,17; 17,5). 


아브라함이나 예수님 모두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기란 참으로 쉽지 않고,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2독서의 말씀에서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2티모 1,8) 하자고 하셨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 그리고 하느님보다 다른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올 때,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힘’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당장 초라해 보이고, 손해 보는 것 같은 일이라고 느껴지지만, 실제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에 우리도 동참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순 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부활을 준비하며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을 기억하는 이 시기에 금식이나 자기 절제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은혜로운 회개의 때를 지내고 있습니다. 2020년 실제로 여러분들은 어떠한 사순시기를 보내고 계십니까? 주님의 부르심 안에서 여러분들 각자가 주님과 약속한 삶을 기쁘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수많은 유혹과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주님을 따르는 우리에게 교회는 사순 제2주일 본기도의 말씀을 전해줍니다. “하느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따르라고 명하셨으니, 하느님의 말씀으로 저희 믿음을 북돋아 주시고 영혼의 눈을 맑게 하시어, 저희가 하느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세상의 영광보다 ‘하느님의 영광’을 찾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영혼의 눈을 맑게 하기 위해 항상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 주님과의 약속을 위하여 나는 어떤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은혜로운 회개의 때’를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남승용 십자가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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