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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10 조회수 : 299

"사과해!”

언젠가 어느 매장에 들어갔다가 듣게 된 소리였습니다. 손님이 직원에게 불쾌감을 느꼈는지 사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요. 그 직원은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손님이 갑자기 “무릎 꿇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종종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예의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설마’ 했는데, 직접 보게 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모습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뒤에 매장 책임자가 나와 손님과 직원을 데리고 나가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을 무릎 꿇리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요? 자신의 자존심 상한 것은 그렇게 큰일이라면서 소리 지르던 분이 남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자신의 모습은 왜 보지 못할까 싶었습니다. 물론 직원이 손님에게 아주 큰 잘못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이러한 대처는 분명히 잘못이지요.

아마 처지를 바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 자신만이 중요하고 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에게는 ‘나’만 중요하고, ‘남’은 나를 위한 도구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말하는 것을 다 실행하고 지킬 것을 명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말라고 하시지요. 율법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보이기 위한 것이고, 윗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닮아야 할 분은 누구일까요? 만물을 생겨나게 하고,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주시는 유일한 스승이신 주님밖에 없습니다.

이 주님께서는 윗자리에 마음을 두는 것을 금하실 뿐 아니라 끝자리에 앉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당신 친히 겸손의 본보기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토록 위대하신 분이시건만 주님은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낮추셨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분 위에 올라타야 할까요?

‘나’를 드러내는 데 더는 집중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낮은 자의 모습, 겸손한 모습이 이 세상의 눈으로는 약해 보이는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주님 스스로 모범을 보여 주셨기에 나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모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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