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요한 9,35)
중부유럽을여행하는분들이놓치지않고방 문하는 명소(名所)를 하나 꼽아보자면 쾰른 대성당 일 것입니다. 쾰른 대성당은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교회 건축물로서 1996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동방박사의 유해가모셔져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쾰른 대성당 내부는 무척 어둡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어두움은 성당을 찾은 순례자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당 내부가 어두울때, 성경의 이야기와 쾰른대교구의 역사가 담긴 유리화를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로부터 빛이 창문을 통하여 성당 안으로 비추어 들어오면서 어둠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드러나고, 유리화는 단순한‘예술품’ 차원을 넘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거룩한 장소’가 됩니다. 어둠 속에 있는 순례자들은 빛의 도움을 받아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으로 인도됩니다.
요한이 전하는 오늘의 복음 말씀에는 이러한 빛과 어두움의 대조 관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었고,이로써 그는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유를 받고 눈을 뜨게 된소경에게 예수님은 주님 이자 구원자입니다.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소경은 짧지만 분명하 게대답합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요한 9,38). 소경은 죄의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를‘어두움’에서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빛” 자체이신 예수님께서 그를 “빛의 자녀”로 불러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증언하듯이, 그는 어둠이었지만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빛이 되었습니다(에페 5,8 참조).
우리 역시 복음 속의 소경처럼 한때 ‘어둠’이었으나 예수님을 통하여 ‘빛’이 되었습니다. 빛이신 예수님께서 어둠 속에앉아 있는 우리를 찾아오시어 “빛의 자녀”로 불러 주셨습니다. 그동안 앞을 볼 수 없었던 우리는 예수님의 도움으로 눈을뜨고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치유를 받아 우리의 믿음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그 믿음 안에서 예수님을 유일한 구원자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 각자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 복음말씀 속에서 만난 그 소경처럼 우리도 구원자 예수님께 믿음을 고백합시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정진만 안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