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 봄, 가을이 되면 많은 순례객이 방문하십니다. 가장 좋은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이곳 성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분들이 떠나고 나서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기시기 때문입니다(요즘에는 성지 방문하시는 분이 없어서 깨끗합니다).
바로 쓰레기입니다. 그래서 순례객이 많이 오실 때면 관리를 하는 직원들이 무척 바빠집니다. 만약 이 쓰레기를 그냥 놔두면 깨끗하고 잘 정돈된 성지가 아니라 지저분한 쓰레기통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분명 버린 사람의 잘못입니다. 또 그분들의 잘못이니까 우리가 쓰레기를 치울 필요 없다며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성당 교우나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내게 주는 아픔과 상처를 그냥 끌어안고만 있다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두 품에 안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쓰레기는 좋은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 내게 건강을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빨리 버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 몸 전체가 쓰레기통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쓰레기 같은 것은 얼른 버리고, 내게 힘이 되어 주는 주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은 주님의 탄생 예고를 기념하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듣게 되지요. 성모님께서는 세상의 일보다 주님의 일이 먼저였다는 것을 복음을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됩니다.
만약 세상의 일이 먼저였다면 천사로부터 들은 예수님 잉태 소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혼인하기 전에 임신한 경우 간음을 했다고 해서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혼을 한 요셉 성인을 설득하는 문제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세상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천사의 말대로 “하느님께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는 믿음으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나를 두렵게 하고 걱정에 휩싸이게 하는 쓰레기 같은 세상일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이에게 커다란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을 잉태하게 되었으며,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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