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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5일 _ 김대우 모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5 조회수 : 373

평온한 발자국

 

타박타박, 어린 나귀의 발굽 소리가 예루살렘 성벽에 부딪힙니다. 이 소리가 왜 이리도 구슬픈지요? 예수님의 이번 예루살렘 방문은 마지막입니다. 어린 시절 파스카 축제 때,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의 손을 잡고 왔던 설렘과는 분명 다릅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시기 때문입니다. 사형 터에 자진하여 들어오는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이사 50,5).

종려나무 가지를 흔드는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달리 그분은 아주 평온합니다. 모든 것을 비우셨기 때문입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8). 예수님은 너무도 평온합니다. 그분이 수난과 죽음 앞에서 평온할 수 있음은 하느님께서 도와 주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이사 50,7).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그분은 가장 소중한 생명을 내어주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제물이 되어 구원사업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사랑이 죽음을 뛰어넘을 때 평화가 옵니다. 그때 세상이 평온해집니다. 십자가의 공포와 두려움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나를 살리고자 하는 위타적 사랑보다 클 수는 없습니다.

50년간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지니고 살아온 성 비오 신부님의 방문 위에는 토마스 아 켐피스의 <준주성범>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십자가는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디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안에서 사는 사람은 이미 구원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님처럼 평온하게 이 십자가를 껴안아 버립시다. 우리는 분명 사랑의 연대로 근래에 겪고 있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감염병과 그로 인한 심리적, 경제적 고통이 일시적으로 우리를 분열하고 좌절시키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승리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니 계시다는 유혹 앞에서 우리는 스승님처럼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도와주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각자의 십자가를 껴안아 녹여버려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폭풍우를 홀로 맞으며, 외롭게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과 하나 될 것입니다. 사랑할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마시고, 누가 악으로 여러분에게 대하거든 선한 행위로 응수하십시오. 분열과 혐오, 폭행과 차별 앞에서 우리는 평온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를 가로막는 공포와 불안의 벽 앞에 평온의 발걸음 소리가 울리게 해야 합니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우리 주님께서 세상의 악과 죽음을 이기셨습니다.


김대우 모세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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