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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6 조회수 : 309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 
 
이사야 42,1-7
요한 12,1-11 
 
무척이나 마음이 심란하실 예수님을 위해 오늘 우리가 그분께 드릴 위로의 선물은 무엇입니까? 
 
라자로 소생 사건 이후 예수님을 향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미움과 증오는 한층 증폭됩니다.
반면에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고 믿는 사람들의 그분을 향한 사랑과 존경 또한 증폭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소생 사건의 당사자인 라자로와 그의 누이 동생들, 마르타와 마리아였습니다.
특히 마리아는 오빠 라자로의 소생 사건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부터 예수님을 크게 존경하고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 마리아에게는 다른 모든 대상들이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 예수님 그분만이 삶의 의미요 전부가 된 것입니다. 
 
수난과 죽음의 순간을 목전에 둔 예수님께서는 베타니아에 위치한 라자로, 마르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합니다.  
 
다들 기뻐했겠지만 마리아는 뛸듯이 기뻤습니다.
얼마나 기뻤던지 가슴이 설레다 못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을 것입니다. 
 
평소 예수님의 말씀을 즐겨 경청하던 마리아는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이제 주님을 뵐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런 연유로 마리아는 식사 중이신 예수님 발치로 다가가 깜짝 놀랄 행동을 시작합니다.
당대 비싸기로 소문난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들고 와서는 예수님 발에 부었습니다.  
 
나르드 향유는 나르드라는 식물의 뿌리에서 채취해 만든 것으로, 주로 왕실에서나 사용하던 고급 향유였습니다. 
 
한 리트라는 330그램 정도인데, 당시 가격은 300데나리온이었습니다.
당시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 하루 품삯에 해당되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3~4천만원은 족히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마리아의 돌발 행동 앞에 에수님께서는 꽤나 당황해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공개석상인데다가, 한 여인이 한 남자의 발에 향유를 붓는 행위는 통상적인 것이 아닌지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해서 엄청 거북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서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풀어 그분의 발에 묻은 기름을
정성껏 닦아드렸습니다.  
 
아마 제가 예수님 입장이었다면, 너무나 껄끄럽고 거북한 나머지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줄행랑을 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의 보편적이지 않은 행동 앞에서도 그저 묵묵히 앉아계셨습니다.
그녀가 하자는 대로 가만히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의 마음, 의도를 정확히 읽고 계셨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는 행위는 아무에게나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향한, 가장 극진한 애정의 표현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내 목숨과도 같은 사람을 향한 마지막 선물이 마리아의 재산 목록 1호 순 나르드향 1리트라였던 것입니다. 
 
사실 마리아가 예수님 발에 부은 순 나르드 향유는 머지 않아 드러날 예수님의 거룩하고 존귀한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도 마리아에 의해 이루어진 순 나르드 향유 부음이 당신의 장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성주간 월요일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장소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십니다.
그 누구도 대신 겪을 수 없는 참혹한 고통의 순간을 예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십니다. 
 
무척이나 마음이 심란하실 예수님을 위해 오늘 우리가 그분께 드릴 위로의 선물은 무엇입니까?
떠나가시는 예수님, 홀로 수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실 예수님을 위한 우리의 봉헌은 무엇입니까?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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