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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01 조회수 : 308

5월1일 [노동자 성 요셉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콜로새 3,14-15.17.23-24
마태오 13,54-58 
 
요셉 성인이 있었기에 마리아께서도 짙은 안개 속 신앙여정을 충실히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시골 어르신들이 왜 그리 빨리 주무시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 노동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육체노동을 해보니, 저녁식사만 끝나면 벌써 온 몸이 노곤해집니다. 
 
묵주기도를 마치고 뉴스라도 보고 자려고 티비 앞에 앉으면,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고 앉아있는 형제를 발견합니다.
“빨리 침실에 올라가 자!”라고 해놓고, 저 역시 몇분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노동자 성 요셉 축일입니다.
아마 목수요 장인(匠人)이셨던 나자렛의 요셉 성인께서도 하루 온종일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전념하셨을 것이고, 저녁 식사만 마치면, 마리아와 소년 예수께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자리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 성인은 매일 밤마다 성모님으로부터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빨리 씻고 들어가 자!”라는 말씀을 들었을 것입니다. 
 
본업에 최선을 다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충실하게 살아가셨던 노동자 성 요셉이셨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일을 통해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던 요셉 성인이셨습니다. 
 
고객이 요구에 따라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세심하게 헤아리던 요셉 성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모든 근로자들의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근로자의 날인 동시에 노동자 성 요셉 축일입니다.
짧게나마 산업의 역군으로 일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땀흘려 일하고 난 후의 뿌듯한 성취감이 참 좋았습니다. 
 
동고동락하던 직장 동료들과의 끈끈한 정도 잊지 못합니다.
부족한 내 두 손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뭔가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데서 오는 기쁨도 컸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빡빡했던 근무 시간, 강도 높은 근무 조건으로 힘겨워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상습 피로, 수면부족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출근하던 기억들도 떠오릅니다. 
 
마치 큰 시스템 속의 부속품이 된 느낌도 잊지 못합니다.
좀 더 충실하고 모범적인 직원으로 살지 못한 송구함도 큽니다. 
 
이땅의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기쁨의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노사(勞使) 양측의 부단한 대화와 경청, 상호 이해와 배려를 위한 무한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많은 근로자들,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요셉 성인도 하루하루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으로 성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했습니다.
자신에게 매일 주어지는 일들을 진지하고도 과묵하게 해나갔습니다. 
 
특히 요셉 성인은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목재를 손질하면서도 자신의 인생 여정, 신앙여정 속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뜻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갔습니다.  
 
결국 그는 일하면서 기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을 기도화했습니다. 
 
요셉 성인은 마리아와 더불어 하느님의 인류구원사업에 대단한 기여를 하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복음사가들은 한결같이 요셉 성인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복음서 안에서 요셉 성인은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만큼 요셉 성인은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충직하고 단순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자기 길을 충실히 걸어가던 의인이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든든한 동반자 요셉 성인이 있었기에 마리아께서도 짙은 안개 속 신앙여정을 충실히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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