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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7일 _ 박형주 안드레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17 조회수 : 310

계명, 사랑, 일치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요한14,21).

 

복음 속 계명 사랑이라는 두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줍니다. 왜냐하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을 지닌 사랑을 의무적이고 강압적인 느낌을 주는 계명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일반적인 사랑과 예수님의 사랑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가 드러납니다.

계명은, ‘나를 향한 예수님 의지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의지는, ‘나를 좋은 길로 이끄시는 것입니다. 결국, 계명은 나를 좋은 길로 이끄시려는 예수님의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첫째로, ‘나의 의지가 예수님의 의지에 기꺼이 순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참사랑은 사랑하는 이의 의지에 나의 의지를 기꺼이 맞추는 것이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이의 의지에 나의 의지를 기꺼이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계명을 향한 나의 의지의 순명이 고통스러울수록 그만큼 예수님의 사랑에 깊이 동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참사랑은 좋음과 싫음의 정서적 선호나 감성적 느낌, 자신의 취향이나 손익을 넘어서서, 의지로부터 시작하여 행동으로 드러나는 인격적인 행위입니다. 이것이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를 통해서 묵상해 온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입니다.

 

둘째로,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무는 길이고, ‘예수님 사랑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의지인 계명은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좋은 길로 이끄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의지를 향한 나의 의지의 순명은 곧 은총의 길이며, 영적 생활의 근본이 됩니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지는 예수님의 계명 안에는 나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있고, 나를 향한 예수님의 능력이 있고, 나의 청원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이 있고, 나를 향한 예수님의 책임이 있습니다.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면 강물은 더는 강물이 아니라 바닷물이 되고, 사랑하는 이의 의지에 내 의지를 흘려보내면, 사랑하는 이와 내가 하나가 되어, 나는 이전의 존재가 아닌 사랑하는 이를 닮은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의지(계명)에 나의 의지를 흘려보내면, 나는 이전의 존재가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의지(계명)를 향한 나의 의지의 순명이 가져다주는 사랑의 일치는, 나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합니다.

 

계명은 의무나 책임이나 강압이 아닙니다. 계명은, 나를 좋은 길로 이끄시려는 사랑 가득한 예수님의 의지이며, ‘나를 향한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 고백입니다.


박형주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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