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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9일 _ 조명연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29 조회수 : 301

서로 팔짱을 끼고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를 봅니다. 그래도 건강해 보이는 할아버지와 달리, 지팡이를 잡고 계신 할머니께서는 거동이 불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팔짱을 끼워 불편한 몸을 대신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물론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 모습은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제 옆에 있었던 한 젊은 연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 멋지다.”

사랑은 이렇게 함께 걸어갈 때 멋지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만약 각자 따로 걷는다면 어떨까요? 자신은 건강하다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5m 앞서간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그러면서 왜 이렇게 천천히 오냐면서 소리를 지른다면, 이 모습은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과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모습만이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세상일을 해야 한다면서 앞서서 가면 안 됩니다.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먼저 채워야 한다면서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해서도 안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분을 초대해서 팔짱 끼고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답고, 멋져 보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124위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순교자들은 어떤 분인가를 묵상해 봅니다. 바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길이 아픔과 상처를 가져다주더라도 주님과 함께라면 상관없다며 기쁘게 가는 사람입니다.

순교자들은 사랑을 자신의 생명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하나의 밀알로 봉헌해서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결과 이 땅에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숫자만 생각해봐도 순교자들의 피가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땅에 세워진 많은 교회 건물을 봐도 그들의 피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순교자들의 이 모습을 기억하면서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세상일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나의 영광만을 드러내려고 하고, 어렵고 힘들 때는 주님만을 내세우면서 피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주님과 함께 걷지 못하는 우리가 아니었을까요?

과거 자랑스러운 우리 순교자들의 모습을 본받아, 어렵고 힘들어도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멋진 신앙인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분명 아름답고 멋진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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