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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31일 _ 조명연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31 조회수 : 297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입니다. 물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서로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는 왕이 되고, 누구는 종이 되는 계급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짜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보입니다. 다짜고짜 반말하고, 아주 작은 것에도 꼬투리를 잡기도 합니다. 소위 갑질한다고 하지요. 이런 사람을 보면 그의 인격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한 가지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하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의 말을 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인격적으로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서 존경하게 됩니다.

가게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그 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결국 자기만 손해입니다. 좋은 말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을 화부터 내는 사람은 서비스를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 아닐까요?

가장 낮은 자가 되신 주님께도 이렇게 소리를 치며 자신의 화를 쏟아부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과연 주님 앞에 갔을 때,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있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문이 모두 잠겨 있는데도 방안에 나타나셨습니다. 문이 잠겨 있다는 것은 제자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자신들 역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을 가져다주었을 것입니다. 또 죄지은 사람이 고래를 뻣뻣하게 들 수 없는 것처럼, 주님을 배반했기에 그 사실 역시 두려움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문이 잠겨 있음에도 아랑곳없이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시어 평화를 먼저 빌어 주십니다. 그리고 육체의 부활이라는 증거를 위해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지요.

주님께서는 불안해하는 제자들을 평화로 거듭 위로하신 뒤에,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제자들은 이제 자기 뜻이 아니라 파견하신 분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파견하신 주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용서’였습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아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성령의 숨으로 죄를 용서하는 영적 권능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세례로 성령을 받았습니다. 성령을 받음으로 우리는 세상에 파견되었습니다. 파견하신 분의 뜻은 ‘용서’라는 사랑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남을 왕의 모습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파견하신 주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를 때, 성령의 선물은 우리 안에서 더욱더 풍성하게 열매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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