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깨 위에는 자그마한 흉터 하나가 자리잡혀 있습니다. 아마 제 또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어깨 위에는 이런 흉터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땐가 2학년 땐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 맞았던 불주사 자국입니다. 결핵 예방으로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이 주사를 맞았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유리 주삿바늘을 알코올 불에 소독해서 주사를 놓은 것입니다.
당시 저에게 이 불주사는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냥 주사 맞는 것도 무서운데, 주삿바늘을 불에 달구어서 어깨에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몇몇 아이는 주사를 맞기 전에 울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정말로 울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먼저 주사를 맞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친한 친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도 안 아파!”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이 친구의 말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얘도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못 맞을까?’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지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커다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우리입니다. 이 점을 우리 주님께서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다. 이제 곧 죽음이 임박한 상태이지요. 더구나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베드로마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공포에 싸입니다. 스승을 배신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자신 역시 스승처럼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겠냐는 공포입니다.
그런 두려움을 알고 계신 주님께서는 당신도 커다란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당신은 죽으니, 요한을 아들로 삼아서 살라는 말씀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하셨겠지요.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사시듯 요한 안에 사시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의 이 말씀은 사실상 당신 자신을 가리키신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머니에 대해 보살핌을 맡긴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제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하면 생각나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제자에게 전해주신 것입니다. 즉, 교회의 어머니로 공적으로 선포되었습니다.
이 말씀으로 어머니도 또 제자들도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우리 역시 힘을 얻습니다. 우리의 어머니신 성모님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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