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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14 조회수 : 318

여러분 삶에서 거의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안 하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지금 앉아 있다면 의자의 색깔을 생각해도 되고, 머리 위의 형광등, 자신의 발 사이즈 등도 괜찮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감정도 갖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의자의 색깔을 그냥 받아들이고, 머리 위의 형광등도 그냥 받아들이고, 내 발 사이즈도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의 변화를 가져오는 영향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못하면 계속 신경이 쓰이면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의자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각하게 됩니다. 형광등의 깜빡거림이 신경 쓰입니다. ‘내 발은 왜 이렇게 작은 거야?’ 하면서 다른 사람의 발만을 바라봅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주님과의 관계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도 생기지 않고, 불공평한 주님의 모습만 보인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주님을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사랑만 바라보고 있으면 충분할 것을, 내게 주어지길 바라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사랑의 신비를 특별히 묵상하는 날입니다. 주님의 사랑이 담긴 성체와 성혈을 통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셨음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됩니다. 특히 이 성체와 성혈은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영원한 생명을 얻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려지는 영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랑을 보지 못하면 성체와 성혈의 은총을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세상의 것만을 얻으려는 마음만으로는 주님의 은총 안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매 미사 때, 우리는 주님의 몸을 모십니다. 사제가 나눠 주니까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주님의 사랑에 집중해 보도록 하십시오. 그 사랑으로 세상의 것은 별것 아니고, 이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우리, 그래서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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