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간 수요일>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6,1)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리십니다.
언젠가 어느 마을을 지나갈 때 보았던 광경입니다. 마을 입구와 곳곳에 이런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ㅇㅇㅇ의 아들 ㅇㅇㅇ 사법고시 합격'
기쁜 소식이니 당연히 축하해야 하고, 또 축하받아야 하지만, 그 안에는 나를 드러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보편마음도 함께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보편마음을 건드리십니다. 아예 그런 마음을 갖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의로운 일들을 드러내지 말고 감추라고 하십니다.
나의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널리 드러내고 싶고, 너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자선을 할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기도할 때에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에 하고,
단식할 때에는 남들이 몰라보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고 하십니다.
참으로 쉽지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하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신앙행위의 최종 목적은 이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죽음 저 너머에 있는 저 세상에 있고, 그곳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는데 있습니다.
이것을 늘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행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잘 실행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금 여기에서 더 높아지려고 더 가지려고 아웅다웅하면서 싸우지 말고, 고개를 들어 좀 더 넓은 세상과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봅시다!
그곳에서 장차 누리게 될 영원한 기쁨과 영원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숨어서 자선을 베풀고,
숨어서 기도하고,
숨어서 단식하도록 합시다!
마산교구 이병우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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