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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9일 _ 박형주 안드레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19 조회수 : 425

‘영성’은 복음적 완덕에 도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나의 인간적 불완전함을 하느님 앞에서 진심으로 고백하며 인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성은 내가 체험하는 욕망을 부인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욕망 앞에서 나의 눈길을 하느님께로 돌리고 하느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데에 그 초점이 있습니다. 이를 ‘불완전함의 영성’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첫째로, ‘불완전함의 영성’은 나와 이웃을 포함한 세상이 체험하는 모든 어두움과 혼란, 갈등과 고통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수용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 안에서 그것들의 의미를 찾습니다. 이 영적 여정의 길에서 ‘불완전함의 영성은’, 어두움 속에 서는 하느님의 빛을 찾고, 혼란 속에서는 하느님의 평화를 구하며, 갈등 속에서는 하느님께서 나를 용서하심을 기억하고, 고통 속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불완전 함의 영성’ 앞에서 세상의 모든 어두움과 혼란, 갈등과 고통은 당연히 나의 일부이고, 내가 지닌 인간다움의 진실입니다. 혹시 내가 이 사실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때론 어둡고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때론 갈등할 수도 고통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불완전함의 영성’은 ‘하느님에게서 뿌리내린, 참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서투르게라도 해야 한다.’라는 하느님의 사명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이는 ‘불완전함의 영성’ 이 완벽해지려는 교만보다는 겸손에 도달하기 위 한 영적 여정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두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불완전함의 영성’은 나와 이웃을 포함한 세상의 불완전함을 하느님 안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나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세상의 불의나 부조리를 멀리서만 지켜보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지, 나와 이웃을 포함한 세상의 불완전한 모습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그것에만 너무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밭에 자라고 있는 가라지들을 모두 다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삶의 완벽함에 집착하지 말고, 삶의 불완전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하느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내 삶의 모든 곳에서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그 순간, 내 눈에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놀랍게도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끊임없는 움직이심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가라지와 같은 ‘불완전함과 부조화와 무질서와 혼돈’마저도 선을 창조하는 도구로 사용하시면서, 세상을 당신의 나라로 이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글 l 박형주 안드레아 신부(정남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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