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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8-08 조회수 : 333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과 권위는 오직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강론대에 설때 마다 늘 조심스럽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반드시 원고를 준비하며,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특히 장애인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할 때는 더 주의해야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만, 오래 전부터 장애인 비하 법령 용어의 개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고, 2014년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어감을 띤 용어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손질한 바 있습니다.  
 
맹인은 시각장애인으로 농아자는 청각 및 언어장애인으로 등등, 많은 비하 용어들을 수정했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4년여 전인 지난 2010년 5월,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뇌전증학회와 한국뇌전증협회의 요청에 따라 용어심의위원회 검토를 거쳐 ‘간질’의 공식 명칭을 ‘뇌전증(腦電症)’으로 고쳤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은근슬쩍 걱정이 앞섰습니다. 
난감하기도 합니다. 
뇌전증 환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공식 병명을 뇌전증으로 변경한지 이미 오래 전인데... 
 
뇌에 전기파가 온다는 뜻을 담은 뇌전증은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전기파가 뇌조직을 타고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경련성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약물치료만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70% 이상의 뇌전증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일부는 완치되기도 합니다. 
뇌전증 환자가 증상을 나타나는 시간은 지극히 한시적이며, 약을 복용하면 발작이 조절되어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증상을 보이는 시간은 지극히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소외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뇌전증 환자들은 요즘도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예수님 시대 당시 그들이 겪고 있었던 고통은 얼마나 혹독했는지는 모릅니다. 
발병의 원인도 몰라, 마땅한 예방약이나 치료제도 없어, 증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더 괴로운 것 하나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이었습니다. 
 
그런 뇌전증 아들을 둔 아이 아버지의 마음은 그야말로 바짝바짝 타들어갔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치유자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찾아왔지만, 마침 예수님께서는 출타중이셨습니다. 
다급했던 아버지는 제자들에게 치유를 청했지만, 치유를 받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자마자 아버지는 예수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습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간절히 아들의 치유를 청합니다. 
 
사실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사목 실습까지 나가서 수많은 치유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충분한 능력의 소유자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것일까요? 
 
아마도 제자들은 잠시 자만심에 빠져있었을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부여하신 치유의 은사에 늘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봉사하기 위한 도구로 
여겼어야 했습니다. 
또한 스승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늘 기도해야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아마도 잠시 우쭐 했을 것입니다. 
신비스런 치유의 은사에 신기해하며 하늘에라도 오른 듯 했을 것입니다. 
내 힘으로가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강한 믿음과 겸손의 마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치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주님의 제자요 대리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과 권위는 오직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무장한 제자라면 신앙으로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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