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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8-23 조회수 : 336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밀려드는 군중들로 인해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셨던 예수님께서 적막하기 그지없는 요르단 강 상류 헤르몬 산 아래 위치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도달하시자, 고요함 속에서 당신 제자들을 향해 결정적인 질문 한 가지를 던지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오 복음 16장 15절) 
 
제자단을 대표해서 수제자 시몬 베드로가 나서서 대답을 하는데, 그 대답이 예수님 마음에 쏙 드는, 기다리시던 대답이었습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오 복음 16장 16절) 
 
시몬 베드로의 대답은 간략하고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인류 역사에 대대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위대한 대답이었습니다. 
 
베드로의 신앙 고백은 구약 시대에서 신약 시대로,
육적인 이스라엘에서 영적인 이스라엘로, 유다 회당에서 그리스도교 교회로, 이스라엘 한 민족의 소명에서 온 세상 만민의 소명에로 넘어가는
대전환이 이루어진 고백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위대한 신앙 고백을 기초로 당신의 교회를 건설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마태오 복음 16장 18~19절) 
 
나약하기 그지 없는 한 인간 존재, 그래서 언제나 좌충우돌, 흔들리던 시몬 베드로에게 수위권을 맡기시고, 천국의 열쇠까지 맡겨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얼마나 큰 마음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마치 오늘 우리들처럼 지상 생활 내내 쉼없이 흔들렸던 시몬 베드로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스승님으로부터 잦은 질타를 받던 ‘관심 사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몬 베드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정확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나약함, 죄, 인간적인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흔들렸지만 흔들릴 때 마다 겸손하게 외쳤습니다. 
 
“주님 보시다시피 저는 보잘 것 없는 죄인 중의 죄인입니다.
저는 주님의 제자로서 부당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아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제게는 오직 주님 당신 밖에 없습니다. 
 
주님을 떠난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당신으로 인해 가치있고 의미있는 존재입니다.
주님 손길 안에 머무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이렇게 시몬 베드로는 정확한 자기 인식의 기반 위에 각고의 노력을 더해, 마침내 그 어떤 세찬 비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교회의 반석으로 거듭났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존재 자체로 오늘날 교회 및 사회 지도자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겸손함입니다.
그러한 겸손의 덕 위에 부단히 자신의 결핍, 나약함, 부족함이 무엇인지 알아가려는 솔직한 자기 인식을 위한 노력이 또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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