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길을 잘 몰라도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어떤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내비게이션 없이는 어디도 가지 못해요. 그래서 가까운 거리를 가도 항상 내비게이션을 켜야만 합니다.”
내비게이션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어서, 혼자 하는 운전이 자신 없는 것입니다. 사실 내비게이션이 등장하기 전에는 지도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운전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가고 있는 목적지 만이 아니라, 지도 전체에서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운전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시야를 지니고 있기에 길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에만 의지하다 보면 조그만 화면상의 안내만을 듣고 충실하게 따라 할 뿐입니다. 전체적인 시야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뜻밖의 일이 내게 주어져도, 어렵고 힘든 일이 다가와도 당황하지 않고서 앞으로 힘차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앞의 일만을 바라보면서 쉽게 좌절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는 말씀을 따랐을 때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예수님의 조언에 고기를 잡고 있었던 제자들은 기분이 안 좋았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어부인 자신들이 전문가인데, 비전문가가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로 알려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따릅니다. 왜 그랬을까요?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임을 알아봤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세상 기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하느님 기준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주님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베드로는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부르심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예수님이 자기의 일 순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알아보고 있을까요?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나요? 나의 일 순위에 주님을 두고 있나요?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분명히 나의 시야를 넓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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