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전문 코치에게 가서 탁구를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납니다. 조그마한 배트로 스매시를 하고 드라이브로 멋진 공격을 하는 모습, 또 탁구대에서 멀리 떨어져서는 커트로 강한 공격을 받아내는 모습에 홀딱 반해서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탁구를 배울 때 하는 것은 스매시나 드라이브, 커트가 아니었습니다. 거울을 보고서 자세에 맞게 쉼 없이 스윙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자세를 취해서 스윙하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너무나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이렇게 혼자서 거울을 보고 자세교정 연습을 한 뒤에 코치와 일대일로 훈련합니다. 그러나 거울 보고 스윙하는 시간이 워낙 길기에 코치와의 훈련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았던 그 멋진 모습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몇 달 뒤에 저를 이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자세교정을 하고 그 뒤에 코치를 받으며 탁구를 한 것뿐인데 말이지요. 가장 기본인 자세교정이 이루어진 뒤에 실력 향상이 쭉쭉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번에 일류 선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기본기 없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주님께 나아가는데도 기본기가 필요합니다. 그 기본은 사랑이었습니다. 율법의 정신도 사랑임을 말씀하시면서, 율법의 세세한 조항을 지키는 것보다 먼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신 주님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사랑이라는 기본기를 보지 않습니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고발합니다. 밀밭 사이를 가다가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는 것을 두고서 한 말이었습니다. 밀 이삭을 뜯은 것은 추수의 일을, 비빈 것은 타작의 일을 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주님께 나아가는데 필요한 기본기는 율법의 세세한 규정을 확대해석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사랑을 바라보면서 실천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의 행동도 허락되는 것입니다.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이라는 기본기는 주님께 나아가는 데 필요합니다. 그 사랑을 실천할 때 남들에게 우습게 보일 수도 있고, 바보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기를 익히지 않으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처럼, 사랑 없이는 주님 앞에 제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행해야 할 기본기, 오늘도 이 기본기인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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