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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9-06 조회수 : 303

처음 사람들 앞에서 강의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옆 본당의 견진성사 교리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하는 강의였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되었습니다. 그 본당의 신부님께서는 1시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 1시간도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였기 때문에, ‘내가 신자들 앞에서 특강을 해도 될까? 자격도 없는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강의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사람들이 항의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걱정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렇게 긴장을 하는 제게 선배 신부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걱정할 것 없어. 첫째, 못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둘째, 안 듣는 사람이 손해일 뿐, 네 손해는 없다. 셋째, 네가 그 자리에서 제일 전문가다. 넷째, 유명 강사도 실수는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청중은 너를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면서 강의록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강의를 시작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선배 신부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이 저의 감시자가 아니라 함께 해주고 도와주는 분이라고 생각하니 항상 힘차게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혼자서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함께 살아가야만 합니다. 함께 살기 때문에 웃을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서도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모이는 곳에 주님께서도 함께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들의 일치와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주님이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소망과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우리 탓이 아닐까요? 우리가 생각이나 삶의 방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것은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라고 말씀하시지요. 결국, 함께 하는 삶, 일치와 화합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사람이 율법을 완성하는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인 것입니다.

하나를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분리되고 있는 이 세상이 아닐까요? 이제는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함께 하는 삶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 주님께서도 함께하시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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