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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07 조회수 : 342

규칙적인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식사 때가 되면 배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잠잘 때가 되면 이제 얼른 자라고 눈꺼풀이 저절로 감깁니다. 식사는 아침 7시, 낮 12시 30분, 저녁 6시에 꼭 맞춰서 먹고, 잠은 밤 10시에 자서 새벽 3~4시에는 일어납니다.

이렇게 생활한 지가 벌써 20년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어떻게 이렇게 시간 맞춰서 사냐고 하지만, 저에게는 시간을 맞추지 않게 되면 너무나 힘듭니다.

한 번은 친한 친구가 밤 9시에 만나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곧 잠을 자야 하는데, 벌써 졸음이 밀려오고 있는데 만나자고 하니까 화가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목소리가 이상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고, 직접 만나서 친구의 고민을 들으면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안 만났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 싶을 정도로 중요한 만남이었습니다.

만약, “나는 이 시간에는 무조건 자야 해. 다른 시간에 만나자.”라고 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제가 20년째 지키고 있는 원칙이지만, 사랑이 먼저입니다. 사랑의 원칙이 먼저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원칙은 얼마든지 깨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안식일 논쟁입니다.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려는 예수님을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세운 원칙에 벗어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악의적 해석을 꾸짖으십니다. 그래서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율법이라는 원칙도 사랑의 원칙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사랑의 원칙이 항상 맨 윗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이 원칙을 따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고발하려는 바리아시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그들 역시 이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율법 자체만을 바라보려다 보니 사랑은 잊어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그 원칙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랑의 원칙이 실천되지 않는 원칙이라면 좋은 원칙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랑의 원칙을 항상 가장 윗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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