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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08 조회수 : 311

미국 심리학자 마크 쉔은 말합니다.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불편함에 과민해진다.’

이 말에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갑곶성지에 처음 왔을 때인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는 할 일이 너무 많고 불편한 것도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하지 않으면 대신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일을 혼자서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 1월에 다시 갑곶성지에 왔습니다. 그동안 제 전임신부들이 많은 것을 해 놓았더군요. 직원도 많아서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 안에서 저도 편안함에 길들여졌었나 봅니다. 영성센터를 전담했던 신부님께서 올해 본당으로 발령받아 간 뒤에, 성지뿐 아니라 영성센터까지 담당하다 보니, 그리고 봉안당까지 운영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만 가득해집니다. 분명히 예전보다 훨씬 더 편안한데 말입니다.

작은 흔들림도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 편안함에 길들여 있을 때였습니다. 편안함에 길들여 있을 때는 감사한 지도 모르고, 모든 것을 당연히 누려야 할 것으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불편함에 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은 다릅니다. 이 사람은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의 삶을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참으로 행복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으로 복되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볼 때는 절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불편함만 가득한 삶이었습니다.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들으면서부터 불편함의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인 요셉으로부터 배척을 당할 뻔하기도 했고, 결혼 전에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개적으로 돌에 맞아 죽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인데도 불구하고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산후조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집트로 피난까지 가게 되십니다.

도대체 성모님의 삶 안에서 편안함이 있었을까요? 그런데도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는 마음으로 불편함 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믿음을 키워나가십니다.

우리 삶 안에 항상 편안함만 있을 수 없습니다. 분명히 불편함이 있게 됩니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그 모범을 따라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불편함 안에서 커다란 만족과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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