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루카 12,1-7
안심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나를 이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여기고 계십니다!
유다인들은 고단백질 섭취원으로 소나 양, 염소 고기를 즐겨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축들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서민들과 가난한 사람들도 가끔씩 기름진 고기 맛을 봐야했었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지라 소나 양, 염소는 꿈도 못꾸었습니다.
차선책으로 그들은 참새구이를 즐겨 먹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몇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은근 맛있고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참새 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고,
시장에 가면 살아있는 참새가 매매되곤 했습니다.
시장에서 사온 참새는 깃털을 뽑고, 내장을 빼낸 다음,
나무 꼬챙이에 꿰어서 불판 위에 얹어 돌려가며 구웠습니다.
가성비가 높다보니 참새는 당시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식재료로 손꼽혔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관세법 관련 고대 비문에서는
식품으로 활용되는 모든 조류들 가운데 참새가 가장 저렴했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참새의 저렴함에 대해 언급하고 계십니다.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복음 12장 6절)
예수님께서는 세상 둘도 없이 하찮은 존재의 대명사로 참새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런 참새 한 마리도 잊지 않으시고 귀히 여기신답니다.
그렇다면 하물며 당신께서 창조하신 세상 모든 창조물 가운데 으뜸이요, 참새보다 몇천만배 더 소중한 인간 존재를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더 소중히 여기시겠냐는 것입니다.
마무리 말씀 또한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특히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천만 탈모인들에게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루카 복음 12장 7절)
물론 예수님 말씀의 진의가 이미 사하라 사막처럼 폐허가 되어 버린 이마를 무성한 수풀처럼 복원시켜주시겠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각별히 여기시며 눈여겨보신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와 일대 백이 아니라, 일대 일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시겠다는 것입니다.
황공스럽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시며 다가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친히 나의 아버지가 되어 주시며, 나와 매 순간 인격적인 친밀한 관계 속에 사시겠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엔 나혼자 뿐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방이 적군으로 둘러쌓여있고 아군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도 버려야겠습니다.
놀랍게도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계시고, 나를 기억하고 계시고, 내 이름을 불러주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이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더 이상 흔들리지도 말며, 안심하고 기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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