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들고 있는 잔을 보더니 어떤 형제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신부님! 커피잔이 너무 작네요.”
사실 제가 들고 있었던 잔은 그렇게 작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잔이 컸습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이 커피를 마시기에는 분명 잔이 컸습니다. 하지만 일반 머그잔보다는 분명히 작은 잔이었지요. 그래서 이 형제님께서는 이 잔을 작다고 말했고,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저는 이 잔이 너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크다 작다는 것은 이렇게 상대적입니다. 비교 대상이 없다면 크다고도 또 작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분, 열등감이 너무 크다는 분을 생각해봅니다.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비교하는 의심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요?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교하고 판단하는 의식에서만 ‘크다’와 ‘작다’, ‘좋다’와 ‘나쁘다’ 등이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존재 자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우리는 성령을 모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부정하게 되니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님의 뜻보다는 자기 뜻을 더 따르게 되고, 부족한 자신을 따르다 보니 늘 불안해하며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는 순수한 신앙의 힘을 이야기하십니다.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의 모든 활동을 인정하는 믿음, 세상의 기준을 내세워서 좋다 나쁘다는 식의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라면 모든 것이 충분히 좋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구원을 가져다주신 이렇게 주님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믿는 사람은 절대로 걱정할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협조자이신 성령께서도 함께하시며 우리가 해야 할 말과 행동을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 안에서 더는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어리석음도 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최고의 것을 주시는 주님이시기에, 우리 인간의 비교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오늘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행복할 수 있는 오늘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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