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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0-24 조회수 : 415

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서 처음으로 전철을 탔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 첫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의자에 거꾸로 앉아서 창밖만을 바라봤습니다. 넓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깥의 풍경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어머니, 바깥 풍경이 너무 빨리 움직여요.”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이야 풍경이 움직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풍경은 고정된 것이고 다만 전철이 빠르게 움직여서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움직이는 것은 제가 타고 있는 전철이었던 것입니다. 

세상 삶도 그렇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외부에서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일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서 그랬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나’ 때문에 그러했습니다.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바른 시선이 필요합니다. 내 생각과 정반대의 생각이 오히려 진리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주님께 무고해 보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빌라도가 죽인 갈릴래아 사람들, 또 실로암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지어서 그런 죽음을 겪게 되었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들이 더 큰 죄인이어서가 아님을 분명히 하시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회개의 삶은 바로 제대로 바라보는 삶을 의미합니다. 제대로 주님을 바라보면서 잘못된 길에서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늘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저 사람이 더 많은 죄를 지었어.’, ‘저런 사람은 벌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왜 하느님께서는 저런 사람을 가만히 두는 거야?’ 등등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곧바로 주님께서는 무화과나무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를 주인은 잘라 버리라고 하지만, 포도 재배인은 자신의 노력을 기울일 삼 년의 시간을 청합니다. 이 정성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때 잘라 버리라고 말합니다. 

포도 재배인이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당신의 모든 사랑을 부어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으로 주님 사랑은 보지 못하고 내 욕심만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열매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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