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필리피 2,5-11
루카 14,15-24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멸망과 죽음의 길에서 되돌리려고 애쓰시는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지하 상가를 지나가던 중, 제 눈길을 ‘확~’ 끄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한 상점 가판대에 감색 양말 몇 컬레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딱 제 취향이라 7컬레를 몽땅 들고 계산대에 섰습니다.
안그래도 신고 있던 양말들이 여기저기 빵꾸들이 났었는데, 잘 됐다 싶어, 지불할 금액이 얼마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아니 글쎄,
마음씨 좋게 생기신 사장님으로부터 복음 말씀 만큼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총 만 오백원입니다!”
지나치게 양호한 가성비에 저는 잘못 들었나 했습니다.
혹시나 잘못 계산하셨나 해서 재차 여쭈어봤지만, 대답은 똑같이 만오백원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게 웬 횡재냐?’ 했습니다.
잠깐이지만 큰 행복을 맛본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지상생활을 마치고 마주할 하느님 나라에서도 비슷한 체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 시대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 권세가들이나 지도층 인사들은 마음 속으로 다들 이런 확신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 그래!
평생 성전을 떠나지 않고 열심히 기도했지, 매일 율법을 공부했고 철저히 준수했지, 내게 있어 천국과 구원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니까!
의심할 여지 없이 백퍼센트 천국!’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교만과 허세로 가득한 그들에게 단호하면서도 명명백백하게 선언하셨습니다.
“이 위선자들아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에 앞서 하늘나라에 들어가고 있다.”
은혜롭게도 정 반대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같은 죄인들입니다.
매일 자신의 한계와 악습 앞에 가슴을 칩니다.
주님 앞에 감히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한탄합니다.
“나 같은 큰 죄인, 나 같이 흠집 많고 악한 사람에게 천국은 무슨 천국?
연옥이라도 감지덕지! 그저 믿을 구석이라고는 무한하신 주님 자비와 은총뿐이랍니다.”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은 조만간 깜짝 놀랄 상황 앞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자비하신 주님과 성모님과 무수한 성인성녀들이 그들을 환영하고 축하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왔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 놀라운 광경, 그 뜻밖의 선물 앞에 우리 모두 크게 외칠 것입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이게 웬 횡재냐? 하느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큰 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루카복음 14장 23절)
“어떻게 해서라도!”라는 표현이 제 가슴을 쿵 하고 크게 쳤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우리 인간 각자를 향한 강력한 구원 의지를 찐하게 느낄 수 있는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멸망과 죽음의 길에서 되돌리려고 애쓰시는 하느님,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당신 푸른 목장의 건강한 양떼로 양육하시려고 노력하시는 하느님,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당신 나라에 들게 하시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시는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