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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09 조회수 : 570
요즘에는 내비게이션 없이는 어디를 못 간다는 분이 많습니다. 그만큼 운전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알고 있는 길이라도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에 맞춰서 안내해주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외출 나갔다가 성지로 돌아오는데 이제까지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이 길은 워낙 신호등이 많아서 느릴 수밖에 없는 길이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신호등을 생각하지 않고 안내했구나.’

그래서 안내를 무시하고 원래 다니던 길로 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후회할 수밖에 없었지요. 공사 중이라 교통체증이 너무 심각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틀린 것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우리는 부정의 마음이 드는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상대방이 틀렸다고 확신하곤 합니다. 그러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일뿐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평화의 하느님이며, 사랑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도 폭력적인 부분이 있음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보여 주시지요.

주님께서는 성전 환전상들을, 교회에서 이득을 보려 함으로써 교회를 더럽히는 자들과 같이 여기십니다. 나중에 채찍질 당하실 분께서 여기서는 먼저 채찍질을 하십니다. 이는 당신 아버지와 그분의 집에 대한 사랑 때문에 하신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양들과 소들을 쫓아냄으로써 성전이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뿐 아니라, 제사 제도가 끝날 때가 다가왔음도 보여 주십니다.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의 성전이듯이 영혼도 그분의 성전이며 우리의 교회 역시 그분의 성전입니다. 여기서는 도둑과 강도, 사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이 모두 쫓겨납니다.

성전 정화를 하시는 주님의 모습에 대해 유다인들은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라고 묻습니다. 성전에서 환전하고, 성전에서 양과 소 그리고 비둘기를 파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자기들이 옳고 예수님의 모습은 주먹을 휘두르는 미치광이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몸을 ‘성전’이라 부르심으로써 그 안에 머무르시는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려 주셨습니다.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깜짝 놀랄 표징만을 요구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주님을 바라봅니다. 주님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주님의 뜻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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