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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10 조회수 : 557

아는 신부들과 함께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식당에 올해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들이 들어온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합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식사가 거의 끝났을 때, 우리 일행 중의 한 명이 제일 어린 신부에게 “너 올해 몇 살이니?”라고 묻습니다. “올해 서른입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러자 그 신부가 젊은 신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참 좋을 때다.”

종종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봅니다. 어린 사람의 나이를 묻고 몇 살이라고 말하면 “참 좋은 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신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는 서른 살 때 정말로 좋았어?”

이 질문에 말을 흐립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좋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막연하게 젊으면 ‘좋은 때’라고 생각할 뿐일 것입니다.

어쩌면 남의 시간을 막연히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요? 60대에는 50대를 향해 ‘좋을 때’라며 부러워하고, 50대에는 40대를 향해 ‘좋을 때’라고 부러워합니다. 이는 지금을 사는 이 시간을 부러워할 미래의 순간이 곧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부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그냥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제일 좋을 때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지요. 주님께서는 종과 주인의 모습을 이야기하십니다.

주인은 종에게 ‘식탁에 앉아라’ 하지 않고 일을 시키며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종이 불평을 하고, 다시는 시킨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은 복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떠올려 보십시오. 종과 주인의 모습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누가 종이고, 누가 주인일까요? 당연히 주님께서 우리의 주인이십니다. 그런데 주님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종의 모습에 부합하는지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종과 주인의 모습이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것 해라, 저것 해라.’라고 요구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충실해야 할 시간임을 기억하면 불평불만보다는 자신이 할 일을 먼저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남의 자리를 탐내고, 남의 시간을 탐냅니다. 끊임없는 욕심과 이기심 안에서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지 못하고, 종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종’인데도 불구하고 ‘주인’행세를 하는 종을 주인은 어떻게 할까요? 주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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