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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9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1-29 조회수 : 934

대림 제1주일

어서 구하러 오시옵소서.


[말씀]

■ 제1독서(이사 63,16-17.19ㄷㄹ; 64,2-7)

기원전 587년 남 유다 왕국의 붕괴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유배라는 치욕의 시간을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자랑해 온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던 지를 철저하게 반성한 다음 새로운 이스라엘의 탄생을 염원하는 종교적 부흥에 대한 꿈을 조심스럽게 키워나간다. 그러나 유배시대 이후 그 동안 키워온 그들의 꿈이 현실과 거리가 멀자 다시 한 번 좌절감 속에 허덕인다. 과연 주님은 우리를 구하시려 다시 오실 것인가? 이때 흔히 ‘제3 이사야’라 부르는 익명의 예언자가 나서서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우리를 구원하시는 이”로서 분명히 오실 것이며, 그분만이 좌절과 무기력으로 손상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시리라 선포한다.

■ 제2독서(1코린 1,3-9)

유다인들이 이 세상을 온통 바꾸어놓으러 오실 하느님의 가시적 발현에 대한 기다림 속에 살아가고 있었을 때, 바오로 사도는 이제 막 활기를 보이기 시작하던  젊은 코린토 교회의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이미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어졌음을 인사 말씀으로 상기시킨다. 우리도 물론 주님의 궁극적 발현에 대한 기다림을 살아가고는 있으나, 이 기다림은 또한 우리 각자의 끊임없는 쇄신의 삶, 사랑의 하느님께 대한 변함없는 감사의 삶을 통해 이 땅에서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현실화되어 나간다는 신념을 잃지 않는다.

■ 복음(마르 13,33-37)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으로 들떠 있던 마르코 공동체가 박해의 시련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헛된 망상은 아니었는지 번민하기 시작할 즈음, 마르코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의 공동체가 그리고 모든 이들이 허탈과 무기력으로부터 깨어날 것을 독려한다.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주님은 분명히 구하러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제1독서). 전혀 예기치 못한 ‘언제’일 것이다. 따라서 그분이 다시 나타나실 때(제2독서) ‘언제나’ 그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 깨어 있어야 하며, 이웃들에게도 깨어 있는 삶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새김]

■ 새로운 신앙의 한 해가 열린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옴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네 신앙인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과 형제들 앞에 늘 죄송함과 부족함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지나간 시간들을 새로운 시간들과 함께 정리할 수 있다는 용기와 기쁨이 우선 앞서기 때문이다. 더욱 열심히 살아보겠노라는 다짐이, 시간의 흐름이 없다면 가능하기나 한 노릇인가! 좀 더 솔직한 마음으로 지나간 날들의 부족했던 점들을 인정하고 용서 청하며 회개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

■ 새로운 신앙의 한 해가 열린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주님 오심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성스럽게 이 한 해를 연다. 주님 오심으로 옛 시대[舊約]가 마감되고 새 시대[新約]가 열릴 수 있었던 것처럼 죄스러웠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희망 가득한 시간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주님의 간절한 가르침대로 깨어 기도해야 할 때다. 깨어 기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나간 시간들을 또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좋으면 마침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기, 마침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 나가야 하는 시기, 대림시기이다.


교우 여러분, 깨어 기도하며 주님 오심을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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