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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0 조회수 : 1455

오늘의 전례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 성탄을 앞두고 기다림의 자세가 더욱 열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번 주간의 독서는 우리로 하여금 마리아의 태중에 육화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이것은 하느님의 약속이 갑작스러이 무의미한 것으로 지나치지 않도록 항상 깨어 기다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1독서: 2사무 7,1-5.8b-12.14a.16: 네 몸에서 난 자식 하나를 후계자로... 

 

제1독서의 예언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교차시키는 예언으로 다윗 왕조가 이스라엘 왕좌를 영원히 차지하게 되리라는 나단의 유명한 예언이다(2사무 7,12.14.16 참조). 그 예언은 다윗의 직계자손이라는 범주를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개념이다. 이것은 먼 훗날을 파악하고 있다. 즉 다윗 가문에서 태어날 메시아만이 나단의 신비스러운 예언을 온전히 이루어줄 것이다. 예언자들과 시편작가들을 통해 이러한 방향으로 사색이 이루어진다(이사 11,1; 시편 88,4-5.29 참조). 

 

또한 오늘 복음에서도 그리스도의 인성의 발단을 다윗과 연결시키고 있으며(루가 1,32-33 참조), 바오로 사도도 이러한 역사적 신앙적 자료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로마 1,3-4 참조). 여기서 모든 주도권은 오직 야훼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느님의 약속이 그리스도 안에 실현될 때, 이는 역사를 초월하는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복음: 루가 1,26-38: 너는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으리라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1절). 이 말씀은 동정녀의 마음과 태중에서 실현되는 육화의 신비를 알려주는 말씀이다. 과거의 모든 역사와 구원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미래의 역사는 나자렛의 한 처녀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계획에 동의하는 그 짧은 순간에 집중되어 있다. 그녀 자신이 아들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바로 그녀를 통해 이 세상의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성 베르나르도는 이렇게 적고 있다.  

 

“동정녀시여, 속히 응답하소서. 천사에게 속히 응답하시고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께 응답하소서. ‘말’을 하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으소서. 인간의 ‘말’을 하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소서. 일시적인 ‘말’을 하시고 영원한 ‘말씀’을 받으소서.”("Missus est"에 대한 설교 IV,8-9).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이 말씀은 그리스도의 ‘동정잉태’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천사의 응답은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5.37절). 또한 마리아의 동정성은 예수님과 관련 하에서만 그 의미를 갖는다. 즉 예수께서 인간이 되시어 완전한 우리의 한 형제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인간성을 갖춘 채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마리아의 동정성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천사의 응답은 사막의 천막 안에서,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구름형상으로 나타나셨던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현존(출애 40,34; 1열왕 8,10 참조)을 상기시킨다. 바로 루가가 이러한 상징적 표현을 통해 예수의 존재적 기원이 하느님의 이니시어티브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있는 ‘새로운 집’ ‘새로운 성전’이시다. 즉 9개월 동안 성령의 엄위로운 궁전이 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태중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집이다. 이제 성탄의 신비에 가까이 들어서는 우리에게 주시는 구체적인 가르침이 여기에 있다. 즉 우리도 마리아를 지극히 풍요롭게 한 ‘동정’의 자세, 다시 말해 하느님의 주도권과 그 사랑에 대해 완전히 개방된 자세를 우리 마음 안에 갖추지 못한다면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우리에게 오시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내용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무상성’이 마리아에게서 완전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창조적 힘을 지닌 ‘무상성’에 인간의 응답과 협조가 있을 때, 그 선물이 고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라는 응답이 ‘은총’을 세상에 들어오게 하였고 ‘인간성’이 새롭게 창조되게 하였으며 마리아 자신이 그 모범이 되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완전하게 행하셨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가장 위대한 일은 그리스도의 모친이 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말하였다.

마리아는 먼저 신비스러운 방법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분의 ‘모친’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는 그리스도를 낳아줄 수 있는 어머니가 될 수 있다. 즉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그리스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낳아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마리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제자가 됨으로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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