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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3 조회수 : 1361

어렸을 때부터 ‘오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디지니 만화 ‘도널드 덕’과 비슷하게 생겼고, ‘오리 궁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오리처럼 엉덩이가 펑퍼짐했습니다. 수영장에서 헤엄칠 때도 오리처럼 했고, 심지어 오리의 꽥꽥대는 소리를 완벽하게 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고서 이 사람을 ‘오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별명으로 ‘오리’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동물 ‘오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특징만으로 ‘오리’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사람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습니다. ‘그는 ~한 사람이다’라고 단정을 짓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단편적인 그 모습이 전체의 그를 나타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편협한 생각이 하느님을 향해서도 드러납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라고 단정하는 순간, 하느님을 모르는 것이 됩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우리의 작은 머리로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섣부른 속단으로 어리석음의 길에 들어서지 말아야 합니다. 그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참 지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말을 못 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입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 잉태 후 낳기까지 말을 하지 못하면서 아마 하느님의 일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의 명명식에서 친척 가운데 아무도 쓰지 않은 이름이지만 하느님의 뜻에 맞게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판에 쓰지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아들이 요한이라는 이름을 받은 것은 그 이름이 ‘하느님의 은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못 낳는 태에 성령께서 생기를 불어넣으시어 잉태된 요한의 기적 같은 출생은, 죽은 세상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깨우는, 회개를 외치는 요한의 설교를 예고합니다.


이제 구원 역사에서 요한이 맡은 역할에 대해 즈카르야가 예언할 수 있도록, 일찍이 천사가 묶어놓은 그의 입을 어린 아기와 아기의 이름이 지닌 힘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아기가 사람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이름을 받자 사람들은 기적 같은 요한의 출생에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그 두려움은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성사를 받을 준비를 하기 위해 회개하고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요한에게로 모여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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