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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5 조회수 : 1331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어느 해 성탄 미사 강론에서 ‘엘리 비젤’이라는 유대인이 전한 비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셀’이란 아이가 친구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울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술래 친구가 자기를 찾지 않고 집으로 갔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아이의 슬픔에 공감이 됩니다. 저도 어렸을 때 그런 체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숨어 있어서 찾지 못한다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한참을 숨어 있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밖에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억울함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 아이 역시 그런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이렇게 눈물로 범벅이 된 손주의 호소에 랍비인 할아버지는 이 사실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깨달음을 담아서 이렇게 타이릅니다. 


“그랬구나. 그러면 안 되지. 그런데 얘야. 하느님도 마찬가지란다. 그분이 숨으셨는데 우리가 찾지 않는 거란다.”


술래가 숨어 있는 친구를 찾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가버리면 숨어 있는 사람의 입장은 기가 막힐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바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데 찾지 않고 자기 편한 곳으로 그냥 가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교황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 성탄에 마구간에 태어난 한 아이 안에 하느님이 숨으셨습니다. 그리고 숨은 하느님을 발견한 사람만이 성탄의 큰 기쁨을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예수님 탄생 때에 그 자리를 지켰던 사람을 떠올려 보십시오. 성모님, 요셉 성인, 동방박사, 목동…. 그들 모두 큰 기쁨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초라한 마구간의 말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큰 사랑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숨어 계십니다. 내 이웃 안에 특히 고통과 시련 속에 힘들어하는 이들 안에 숨어 계십니다. 이 하느님을 발견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당연히 큰 기쁨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큰 사랑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기쁜 성탄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이웃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을 발견하는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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