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책값으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상당히 많은 책을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데, 제가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딱 한 군데입니다. 사실 어느 인터넷 서점의 사은품이 많다는 동창 신부의 말을 듣고서 옮겼다가 큰 실망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은품은 많은데, 정작 택배로 오는 책의 포장이 엉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사은품은 별로 없어도 책 포장이 완벽합니다. 책 받을 때의 기분이 너무나 좋아집니다.
책 상자 겉면 일부가 뜯겨져 있고, 테이프 끝이 너덜너덜하다고 해서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게 됩니다. 하긴 세상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정성이 없는 곳을 또 이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성이 담긴 곳에는 세세한 배려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성을 모두 좋아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남에게 배려심 있는 정성으로 다가서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12월 31일. 2020년 경자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낯설게만 느껴지는 2021년 신축년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에 선 오늘, 올 한 해 얼마나 정성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새해에는 더 큰 정성을 가지고 살겠다는 다짐을 했으면 합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은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을 강조하지만, 세상은 ‘욕심’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사람은 ‘사랑’ 안에서 정성을 쏟게 됩니다. 작은 것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세상의 편이 되어 ‘욕심’ 안에서만 힘을 씁니다. 하느님과 함께하지 못하니 행복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상속재산을 차지할 수 있는 형제자매들을 얻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군림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 주님의 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여겨지는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그 은총에 우리 자신을 온전하게 맡겨야 하겠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