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 5,1-10
마르코 2,18-22
전능하신 분께서 연약하게 되시고, 우리에게 순종을 명하시는 분께서 스스로 순종하셨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첫 번째 독서로 히브리서를 계속 봉독하게 됩니다.
히브리서는 말마디 그대로 히브리인들, 즉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낸 서간이자 가르침입니다.
히브리서의 저자에 대한 논쟁은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되어 왔는데,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오늘날 성경학계에서는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더 이상 바오로 사도를 히브리서의 저자로 단언하지 않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히브리서에 등장하는 어휘나 문체가 놀랄 정도로 세련되고 수준이 높아, 비교적 거칠고 투박한 바오로 사도의 표현과 맥을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과는 달리 히브리서에는 바오로 사도가 저자라는 언급은 물론 암시조차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약 성경을 인용하는 방법이나 신학적인 내용에서 바오로 사도의 서간과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헬레니즘 문화의 배경을 지닌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 추정합니다.
히브리서는 신약 성경들 가운에 가장 완숙한 신학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을 구약성경의 전통 안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탁월하게 풀어냅니다.
메시지 역시 심오하면서도 다양합니다.
히브리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곳입니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진 후,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답변을 이어갑니다.
히브리서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다른 서간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가르침이 적지 않습니다.
히브리서는 특별히 예수님을 대사제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던 대사제는 이제 예수님 안에서 절정과 완성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세상 육화강생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몸소 체험하신 예수님께서는 직무상 대사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시는 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각자의 연약함을 가련히 여기시며 우리 안에 내재하시는 분이십니다.
히브리서는 신앙의 위기를 맞이한 이들에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이를 통해 지금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를 잘 극복하도록 돕습니다.
결국 히브리서는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실체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대사제이자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희생 제물로서, 완전한 제사를 하느님께 바친 분임을 역설합니다.
더불어 히브리서는 예수님을 따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처신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무엇보다도 강한 믿음과 불굴의 인내를 간직할 것을 당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으며, 하느님에게서 멜키체덱과 같은 대사제로 임명되셨습니다.”
(히브리서 5장 8~10절)
히브리서의 전반적인 흐름 안에서도 포착되는 바이지만,
역설적인 진리가 예수님의 순종을 통해 재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연약하게 되시고, 우리에게 순종을 명하시는 분께서 스스로 순종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찬란한 빛이신 분께서 사람이 되시어 고통을 겪으심으로써 완전하게 되셨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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