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2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17 조회수 : 2876
어느 수녀원에 입회자가 없어지면서 이제 나이 많은 수녀님들만 남았습니다. 이 수녀원에서는 매일 저녁 성무일도를 성가로 바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제 모두 할머니 수녀님들이라서 거친 목소리와 음도 높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도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기도 하고 또 한숨을 내쉬는 수녀님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수녀님께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딱 한 번만이라도 아름답게 기도를 했으면 합니다. 돈을 주고서라도 목소리가 고운 젊은 여성을 모시면 어떨까요?”

모두 한목소리로 찬성을 했고, 얼마 뒤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성을 모셔와 성무일도를 노래로 하게 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기도 시간이었습니다. 몇몇 수녀님은 성무일도의 노랫소리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 수녀원의 원장 수녀님은 만족스러운 성무일도 시간을 마치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닙니까?

“수녀야! 오늘은 왜 기도를 안 하느냐?”

“하느님! 아까 정말 아름답게 노래로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하느님께서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 노래? 그건 노래지. 기도가 아니잖느냐?”

아름다운 목소리만이 아름다운 기도를 바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동적인 기도 내용만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박하고 별 내용이 없어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사랑으로 바치는 기도만을 하느님을 기쁘게 합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시기를 보냅니다. 이 사순시기를 잘 보내도록 복음은 올바른 자선과 올바른 기도, 그리고 올바른 단식에 관해 이야기해줍니다. 단순히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동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요.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선, 기도, 단식은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가짜 행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깊은 참회와 보속의 시간을 갖게 되는 사순시기입니다. 이번 사순시기는 ‘나’에 초점을 맞추는 삶이 아닌, ‘하느님’께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될 것을 계속해서 제시합니다.

이 모습이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생각하시는 진짜 자선이고, 기도이며, 단식입니다. 이를 통해서 하느님께 큰 기쁨을 전해드릴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이번 사순시기는 오로지 하느님께 초점을 맞출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