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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3-07 조회수 : 2414
3월7일 [사순 제3주일] 
 
오늘의 독서와 복음의 가장 중요한 말씀은 ‘계약’, 즉 ‘하느님과의 약속’과 ‘정화를 통한 해방과 자유’이다. 계약을 통하여 받은 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과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를 위해 인간이 행하여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복음: 요한 2,13-25: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성전정화의 의미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성전을 더럽히는 잘못을 바로 잡아 주시는 것이며, 장사꾼들을 몰아내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16절) 예수님의 이 말씀은 성전이 하느님께서 머물러 계시는 거룩한 곳이며,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거룩한 곳으로, 그 안에서 구원의 은총을 체험하며, 하느님 안에 진정한 자유를 느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타성적인 것으로 습관적인 것으로 변해버린 그 가치관을 바꾸어놓는 말씀이다. 즉 하느님의 현존과 또 그분과의 결정적 만남의 장소인 성전의 예식 기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그 결과 알맹이가 빠진 예식 자체가 천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그 옛 예식과 당신 자신을 교체해 놓으신다. 
 
예수님의 이 격렬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징표를 요구하는(18절) 유다인들에게 당신 자신이 새로운 성전임을 암시하신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19-21절). 이는 예수님의 기적을 두고 "마귀의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마귀들을 쫓아내지 못한다."(마태 12,24)며 예수께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징표를 요구하는 유다인들에게 당신의 몸을, 즉 사람들이 수난의 비극을 통해 짓밟은 당신을 하느님의 권능으로써 사흘 후에 부활시킬 당신의 몸을 징표로 제시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징표는 당신 자신과 연결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분 자신과 동일시되는 징표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지 못하고 적개심만 드러내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하느님과의 절대적인 관계를 표현하시기 위해 먼저 “내 아버지의 집”(16절)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들이 성실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분이 메시아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말씀은 주님을 따라다니던 제자들도 나중에 가서야, 부활을 체험한 후에 깨달았다(22절). 여기서 이 성전정화가 십자가와 수난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즉 그리스도는 사람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하느님의 권능을 통해 부활하시어 하느님의 성전이 되신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는 것과 같이 예수께서는 육화의 신비를 통해 이미 '성전'이 되셨다. 이제 그리스도는 사람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하느님의 권능을 통해 부활하심으로 하느님의 성전이 되신다.  
 
이제 이 성전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느님의 현존 자체를 실현시킨다. 이것은 구약성서의 ‘꿈’인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새로운 성전을 통해서 영원히 실현되었는데, 우리가 그리스도와 만나는 것은 우리도 그 성전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현존의 신비로 우리의 삶을 감싸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그 성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항상 우리 자신의 정화가 필요하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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